세례 요한과 예수님의 등장

누가는 복음서를 시작하면서 ‘우리 중에 일어난 사실’―곧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의 역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차례대로 기록합니다. 특별히 1–3장에서는 구속사의 핵심인 예수님과 그분의 길을 미리 준비한 세례 요한을 나란히 보여줍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보다 먼저 사역을 시작해 요단강에서 회개의 세례를 전파했습니다. 이는 메시아의 길을 예비하기 위한 사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요한이 그리스도일지도 모른다고 오해하기 시작했습니다(눅 3:15).
세례 요한의 분명한 고백
요한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물로 너희에게 세례를 베풀거니와 나보다 능력이 많으신 이가 오시나니 나는 그의 신발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세례를 베푸실 것이요.” (눅 3:16)
물세례는 회개를 상징하는 예식일 뿐, 물 자체가 사람을 깨끗하게 하거나 거듭나게 하지는 못합니다. 반면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성령과 불의 세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 성령은 죄를 씻고 우리로 거듭나게 하며 새 생명을 주십니다(요 3:5).
- 불은 하나님의 능력을 나타내며, 동시에 죄를 심판하고 믿음을 연단하는 상징입니다(말 3:1).
따라서 메시아는 단순한 선지자가 아니라, 구원자이자 심판주로 오십니다. 믿는 자에게는 구원이, 거부하는 자에게는 심판이 임합니다.
겸손한 증인, 세례 요한
요한은 “나는 그의 신발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한다”고 고백했습니다. 신발끈을 푸는 일은 당시 가장 낮은 노예가 맡던 일이었습니다. 요한은 그조차 자신에게는 자격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메시아의 위대하심을 정확히 인식한 진실한 고백이었습니다.
그는 이어서 그리스도의 사역을 이렇게 증거합니다.
“손에 키를 들고 자기의 타작 마당을 정하게 하사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 (눅 3:17)
주님은 알곡과 쭉정이를 분별하시듯, 구원받을 자와 심판받을 자를 가르실 것입니다. 그리고 요한은 이와 같은 그리스도에 대한 좋은 소식을 끊임없이 전했습니다(눅 3:18).
요한의 쇠함과 예수님의 드러나심
그러나 헤롯은 요한의 책망을 듣고 그를 옥에 가두었습니다(눅 3:19–20). 요한의 사역이 마무리되고, 이제 초점은 예수님께로 완전히 옮겨집니다. 요한의 말대로 “그분은 흥하고 나는 쇠하리라”는 전환점이 찾아온 것입니다.
예수님의 세례와 삼위일체의 현현
요단강에서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실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성령이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의 위에 강림하시더니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하시니라.” (눅 3:22)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임하고, 성부 하나님께서 친히 말씀하셨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이 모두 드러난 삼위일체의 역사 현장이었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공생애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장면입니다.
예수님의 족보가 세례 뒤에 오는 이유
누가는 특이하게도 세례 사건 뒤에 예수님의 족보를 기록합니다. 마태복음이 처음부터 족보로 시작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왜일까요? 예수님의 세례와 광야 시험 사이에 족보를 둔 것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 세례 때 하나님은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선포하셨습니다.
- 시험 때 마귀는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이라며 도전합니다.
- 족보는 ‘요셉의 아들’로 시작해 거슬러 올라가 하나님께까지 이어지며,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암시합니다.
마태는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으로, 누가는 하나님의 아들로 강조합니다. 이 족보는 예수님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신학적 장치입니다.
사람들이 본 예수님 vs. 하나님이 밝히신 예수님
사람들은 “요셉의 아들”이라는 인식에 갇혀 예수님을 단지 훌륭한 스승이나 종교 창시자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하늘의 음성으로 예수님의 정체를 친히 밝히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세례 요한이 증거했고, 성경이 선포하며, 하나님이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믿음으로 고백하며
이 말씀을 듣는 우리도 분명히 고백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이 믿음 안에서 날마다 구원의 기쁨을 누리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들려주신 그 놀라운 음성이 오늘 우리의 마음에도 울려 퍼지길 바랍니다.